Sunday, 27 May 2012

어떤 아침



스르르 눈을 떴다.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땀은 흐르지 않고 있었다. 꿈이었다. 어딘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삐걱거리는 마루바닥이었는지, 단단한 시멘트 바닥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난 시선을 바닥에 내리 깔고 있었다. 이마와 등에서는 속절없이 땀이 흘러내렸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그를 만난 난 당황했다.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내 반응은 똑같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입 안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맴 돌았다. 벌써 몇 번째, 꿈 속에서 만난 여러 차례의 '기회'를, 난 잡지 못했다. 한숨이 나왔다. 꿈에서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어쨌든 단 한 번도, 그와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은 건 기이한 일이었다.

나보다 먼저 잠에서 깬 라디오에선 이른 아침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젯밤에는 영등포고가도로에서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탑승자 모두는 '중상'이라고. 마주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발생한 사고라고 했다. 음주운전 또는 졸음운전 가능성을 수사한다고도. 늘 지나다니던 그 길에서 그동안 내가 만난 모든 맞은편 운전자들에게 감사했다.

문자와 메일함을 훑었고, 몇 개의 답장을 보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너무 많은 일들을 처리한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토마토를 갈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락도 준비해야 하는데. 몸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첫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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