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5 March 2019

어쩌면 너랑 나는 너무 닮아서

밤새 잠을 뒤척이다가 눈이 떠졌어. 바깥은 아직 깜깜했는데 말야. 몽롱했어. 이게 꿈인지 아닌지 실감이 안 났어. 자기 전에 맥주를 두 캔이나 마셔서 그랬나봐.

아무래도 다시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무작정 집을 나섰지 뭐야. 바다. 바다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가고 싶다던 바다. 다음주 일요일에 같이 갈까? 물었더니 너는 이번에도 ‘봐서’라고 대답했었지.

라디오도, 음악도 없이 그 먼 거리를 달리는 동안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어. 부쩍 속도를 내보기도 하고, 그냥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달리기도 했어. 산을 넘고 강을 건넜어. 햇빛이 쨍쨍하다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흐리기도 했어.

바다에 도착했는데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나왔어. 혼자 와서 미안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모래 위에 그렇게 적었어. 바람에 부서지는 모래 위에 네 이름을 적었다가 지웠어.

어제 우리가 주고 받은 문자를 다시 뒤적였어. 아마 오늘 하루종일 10번도 넘게 봤을 거야. 숨겨뒀던 가시를 바짝 세운 내가 보였어. 정말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내가 괜한 말을 했던 것 같아서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어.

나는 네 마음을 돌려세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장난으로 휙 도망가거나 숨고 그랬었잖아. 그 때마다 내가 쫓아가서 잡아줬잖아. 앞으로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잖아. 자꾸 그 순간들이 떠올랐어. 나는 지금도 그래. 숨이 끝까지 차도록 너에게 달려가 손을 꼭 잡아주고 싶어.

끝내 나는 나를 탓하고 말거야.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것 같아. 미안했던 일만 떠올랐어.

네가 처음 선물해 준 화분 ‘페페’를 내가 창밖에 뒀다가 페페가 꽁꽁 얼어버렸던 거 기억나지? 눈물 흘리던 네 모습이 떠올랐어. 그 때 많이 미안했어.

롯데월드몰에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다가 내가 농담으로 ‘그럼 안 만나기 해야지!’ 했더니 네가 갑자기 펑펑 눈물 흘렸던 일도 있었지. 내 마음도 무척 아팠어.

독립문 근처에서였을 거야. 옆에서 끼어든 택시 때문에 내가 화가 나서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쫓아갔었잖아. 옆에 있던 너를 겁에 질리게 해서, 부끄럽고 미안했어.

담배 끊었다가 다시 피우면서도 한참이나 그 사실을 너에게 말하지 않았었지. 그러다가 우리 뉴욕 여행 가는 날 아침에서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말했잖아. 그렇게 오래 숨기려던 건 아니었는데 너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미안했던 일들이 참 많았는데, 충분히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미안해.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너랑 나는 너무 닮아서, 서로에게 아쉬운 일이 있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 있어도 그걸 터놓고 표현하기보다는 혼자서 꾹꾹 눌러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내가 못나서라고, 그렇게 우리 말없이 자책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외로웠던 건 아니었을까.

아쉬운 일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 있으면 말했어야 하나봐. 그래서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더 많이 이해해보려고 애쓰고 노력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혼자서 끙끙대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우리 조금은 더 솔직했어야 하나봐. 우리가 서로에게 부모는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100% 이해해줘야만 한다는 강박 같은 건 제쳐뒀어야 하나봐.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마음에 안 드는 건 안 든다고 말했어야 했어. 잠깐 다툼으로 이어지더라도 그런 순간들이 필요했던 것 같아. 움츠러들지 말고, 가끔은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봐. 말없이 자책하던 그 시간들에, 어쩌면 너와 나는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게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데도 말야.

우리 참 바보 같았다. 그치.







미안했던 일만 자꾸 떠올라

네가 처음으로 선물해줬던 화분 죽인 것도 미안하고,
롯데월드몰에서 농담으로그럼 만나기 해야지!’ 했다가 너를 펑펑 울게 했던 것도 미안해.
운전하다가 내가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겁에 질리게 했던 것도,
담배 끊었다가 다시 피우기 시작해놓고도 말하지 않다가 우리 같이 뉴욕 여행가던 아침에서야 뒤늦게 말했던 것도 미안해

미안한 일들이 많았는데, 미안한 마음을 충분히 전하지 못했던 같아. 그래서 미안해


예전에 장난으로 네가 도망가면 때마다 내가 쫓아가고 그랬잖아. 내가 쫓아가서 잡아줄 거라고 했었잖아


나는 지금도 그래. 잡고 싶어.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것만 아니라면, 너를 쫓아 달려갈 거야. 잡히는 거리에만 있어줘. 손이 닿을 있게

Saturday, 4 January 2014

It's been long, very long





Certainly I did not have any plan to write this. Even few minutes before I write this, I was at Arseblog, one of those in my reading list, reading what he had to say about today before a crucial match against Sp**s. And then, well... I was considering closing all the tabs on Chrome and then having the last cigarette of the day before going to bed. But no. It turned out that I'm on this rarely-posted-little-tiny-blog and writing this with nothing to write really!

I must confess that there was a time when I was weighing up moving to Wordpress. Actually I renewed my hosting service and downloaded what is needed for using Wordpress. However for some reasons, I completely lost my motivation to do so and here I am! The owner of this forlorn blog!

I have absolutely no idea of where to start. So I prefer not to start at all.(eh?) I just hope you all are well. Very best of luck to everybody in 2014! So to me, surely.




Sunday, 24 June 2012

Monday's coming




Monday is coming. I think this one is going to be a very long one. Long long and very long. 

In a good way.


 

D_ D



Tuesday, 12 June 2012

공포



양치질을 하기 위해 칫솔에 치약을 적당히 묻히고 수도꼭지에 손을 가져가던 순간이었다. 문득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쪽인지 모를 뇌의 한 구석에서 그런 신호가 '번쩍' 하는 사이, 내 손은 이미 수도꼭지를 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수도꼭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칫솔 위로 물이 얌전히 흘러 나왔다. 전동칫솔에게 얼마간의 수고를 위탁하고, 조금 전의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공포'였을 것이다. 익숙한 기대가 배반당하는 순간, 우리들은 공포를 느낀다. 이를테면 당연히 저쪽 차선에서 나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기대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차선을 넘어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면. 마땅히 오른쪽 주머니에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전화기 대신 주머니 속 먼지만 손 끝에 느껴진다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고 엔터키를 눌렀음에도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뻘건 글씨를 마주한다면. 단 한 번도,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렇게 행동 한다면. 기대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덜컥 눈 앞에 닥친다면.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사려깊은 예측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공포'가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위협과 위험을, 온갖 가능성과 우연의 마주침들을, 그 모든 순간의 조합들 속에 수시로 평범한 기대들이 어긋나는 상황을 예측하고 매번 '마음의 준비'를 할 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우리 주위에 잠복해 있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얼굴을 들이미는 '공포' 앞에, 우리는 보잘 것 없는 그렇고 그런 인간일 뿐.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번쩍'과 '수도꼭지' 사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주오던 자동차가 내 두 눈 앞으로 한 없이 빠르게 달려오는 순간.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기 전에 주머니의 '비어있음'이 어렴풋하게 느껴질 때. 엔터키를 누르고 화면의 응답을 기다리는 사이 스쳐가는 손끝의 낯선 기운.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어쩌면 너무 늦게, 나름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서 공포스러운 순간들.

수도꼭지를 다시 열었다. 졸졸 흘러나오는 물을 대충 손으로 받아 입을 헹궈냈다. 어딘지 통쾌했다. 얌전한 물줄기에 의해, 찰나의 공포가 어긋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탓이다. '배반당한 공포'쯤 되려나. 말하자면 '이중의 배반'인 셈이군. 거울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곧잘 배반당하는 어떤 기대들에 대해, 끊임없이 빗나가는 일종의 '예측'들에 대해 생각했다.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에 찬 순간들, 어쩌면 엇갈린 안도와 평화에 대해. 이 모든 '불완전함'에 대해.

 당신도, 아마 나와 같았겠죠.